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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팁, 관리

해커들의 고백, "인터넷 강국에 사는것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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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해커 만나보신적 있으세요? 저는 이번 취재(뉴스추적- 중국발 사이버 테러, 2천만 한국인을 노린다(5월7일 방송))로 난생 처음 해커를 만났습니다.

외모는 그냥 보통 사람이랑 똑같아요. 술 먹는 것도 좋아하고 농담도 좋아하고...

제가 만난 한국인 해커들은 개인정보와 돈을 노리는 크래커가 아닌 우리나라 보안환경을 걱정하고 정보취약점을 발견하는 데 노력하는 선의의 해커들이었죠.

그런데 그분들이랑 술이 좀 취해서 깊이 얘기를 해보면 일반인과 좀 달라요.

그 분들은 불안해합니다. 왜냐, 다른 해커에게 해킹당할까봐. 역설적이죠?

그들은 이 디지털 세상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방송에서 보여드린 해킹실험은 인터넷전화 해킹과 무선공유기를 통한 유무선인터넷 해킹이었죠.

그런데 어떤 실험을 할지 얘기하면서 나온 것들을 알려드릴까요?

   여기를 클릭하시면 나머지 원본 SBS 기사를 로그인 없이 보실수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열린 한 보안컨퍼런스에서 한 해커가 모 은행의 인터넷뱅킹을 해킹하는 시연을 했는데,
사전에 해당 은행에 사실을 알려주고 보안 취약점을 바로잡는 기회로 삼아달라고 부탁했지만,
결과는 '제발 조용히 해달라. 발표하면 고소하겠다'는 협박만 받았다네요.

  [편집자주] "사회적 약자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독하게 취재한다"  하대석 기자는 2004년 SBS에 공채로 입사에 사회부 사건기자를 거쳐 지금은 기자들이 만드는 시사고발프로그램인 '뉴스추적'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자입니다.. 하대석기자 블러그에 응원 한마디 해주는것도 큰 힘이 될것입니다.
 
  다음은 하대석 기자의 블러그의 취재후기의 글인데, 내용이 좋아 퍼왔습니다.

'불 못 끄는 소화기' 취재후기  

방송사 보도국에 걸려오는 제보 전화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억울하게 당했다는 피해제보. 제보의 대부분이다. 피해에 대한 앙갚음을 바라거나, 방송사의 힘을 빌려보려는 의도다. 과장하거나 근거 없는 경우가 많아 괜히 만났다가 헛걸음하기 딱 좋다.


둘째로, 몇 안 되는 금쪽같은 제보가 양심 제보. 이득 볼 게 없어도 눈 감고 넘어갈 수 없어 수화기를 든 경우다. 자기 이해와 걸려있지 않아서인지 어눌한 말투로 '취재하든지 말든지'식 태도로 말한다. 그래서 허위제보로 오인해 놓치기 쉽다.


수십만대 소화기가 불을 못 끈다.’ 믿기 어려운 제보였다. 모든 소화기는 사전검사를 받고 필증을 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한번이라도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업체는 한동안 수화기 수천대를 팔지 못한다. 업체 입장에서 불량품을 한두 개도 아니고 대량생산한다는 것은 무모한 모험 아닌가.게다가 KBS, MBC에 제보했는데 연락이 없어 SBS로 제보했다는 얄미운 말도 내 판단력을 흔들었다.


제보자는 주식회사 청운소방의 전 직원. 피해제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고된 건 아니었고, 양심이 찔려 제 발로 나온 청년이었다. 피해제보일까 양심제보일까,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런데 내용을 들으면 들을수록 장난전화나 음해성 제보로 치부하기엔 제보자가 제시하는 정황이 너무 상세했다. 소화기 샘플검사 때마다 교묘한 ‘바꿔치기’로 불량품에 합격 필증을 받아왔다는 증언이었다. 잘 아는 소방방재청 직원에게 물어보니 '현 시스템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건팀의 팀장 생각은 달랐다. 실험해보고 판단하라고 내게 지시했다.


시중에 파는 청운소방 2.5㎏ 소화기 두 개를 사들고 소방검정공사를 찾아갔다. 소화기 공인 검사기관인데다 불을 꺼보는 ‘소화 실험’ 시설이 유일하게 갖춰진 곳이다.


 첫 대면부터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소화기 성능 실험을 극구 꺼리는 검정공사 직원들을 가까스로 설득했다.

첫 실험. 제보자 말대로 불이 꺼지기는커녕 소화기가 뿜는 공기압으로 불길이 더욱 커질 뿐이었다. 검정공사 직원들은 실험결과를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담당팀장은 소화기 사용이 미숙해 생긴 일이라고 둘러댔다.


 청운소방 직영판매점에 직접 가, 가장 많이 쓰이는 3.5㎏ 소화기 세 대를 구입해 추가 실험을 해봤다. 이번엔 소화기 실험을 자주 하는 공인된 직원이 직접 소화기를 잡았다. 결과는 마찬가지. 소화기는 전혀 불을 끄지 못했다. 검정공사에서 갖고 있던 다른 업체 소화기를 분사해보자 3초 만에 불길이 사라졌다. 검정공사 직원과 간부들은 동요했고 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정밀 성분 검사를 맡기고 며칠 뒤, 청운소방 소화기에 들어있는 약품의 실체가 드러났다. 불을 끄는 필수성분인 제1인산암모늄은 단 1g도 검출되지 않았다.


곧장 청운소방 공장을 찾아갔다. 시종일관 부인하던 사장은 실험결과를 제시하자 약품 조작 사실을 털어놨다. 제 1인산암모늄 대신 몰래 넣은 약품은 황산암모늄. 외국 소화기에서 이 약품을?일부 첨가하긴 하지만 국내에선 성능이 떨어진다 해서 사용이 금지된 약품이다. 소화기 업체가 난립해 소화기가 원가로 팔려나가는 실정이라 단가가 3분의 1에 불과한 불량약품을 사용했다는 변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조되는 소화기의 약품은 대부분 값싼 중국산이다. 최근 2,3년 사이 중국 약품 업체들의 독점횡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격을 담합해 몇배 비싸게 팔기 시작했다. 청운소방은 대폭 인상된 약품 값을 부담하기 힘들어지자 지난해 8월부터 황산암모늄을 쓰기 시작했다고 실토했다.


정밀한 검사 체계를 자랑하던 검정공사 직원들이 그제야 검사 때마다 업체에 속을 수밖에 없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인원 부족 탓에 매번 샘플검사 때마다 직원 한명만 방문한다. 검사받을 수천 개 소화기 중 약 50개를 무작위로 샘플링한다. 소화기를 나를 때, 약품을 빼내 옮길 때, 실험도구를 가져오는 건 모두 업체 직원들 돕는 게 관행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검정공사 직원이 화장실 간 사이, 사장과 커피 한잔 하는 사이, 공장 이곳저곳을 둘러볼 때, 언제든 샘플링 된 소화기를 미리 준비해 둔 정상 소화기로 바꿔치기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이뤄지는 검사였지만 늘 이런 식으로 검정공사 직원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검정공사 직원들은 ‘우리도 사기를 당했다’며 분개해했지만 이미 불량소화기 40만 대가 유통된 뒤였다. 소방방재청은 브리핑에서 불량소화기의 전면 수거와 교환, 그리고 소방검정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취재를 하면서 우리나라 소화기 실태에 대해 알게 됐다. 소화기는 정상적으로 제조된다 한들, 관리를 잘 못하면 불이 났을 때 무용지물이다. 수  년이 지나면 분사돼 나가야 할 약품이 굳기 때문이다. 또 약품을 발사할 가스가 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따라서 약품을 제때 교환해주고 수시로 흔들어줘야 한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소화기 관리는 사정이 나은 편이나, 일반 아파트나 상가에 비치된 소화기는 10년 넘게 방치된 경우도 많다. 소화기로 불을 끄려 접근했는데 발사조차 안 된다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소방서 직원 옷차림을 입고 나타나 방재청 직원이라 사칭하며 불량 약품을 비싼 값에 판매하는 꾼들도 적지 않다. 또 쓰는 방법을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불이 났을 때 당황한 나머지 안전핀 조차 뽑지 않고 쏘려다 화상을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도가 나간 지 두 달이 지나, 국회 행자위 소속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은 소방방재청 자료를 받아 청운소방 소화기 수거 실태를 고발했다. 10%에도 못 미치는 불량 소화기 수거율. 여전히 상당수 불량소화기가 곳곳에 방치돼 있다. 소방방재청은 불량소화기 44만 대 가운데 18만대만 리콜요청이 접수됐고, 18만대조차 리콜에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후속조치가 엉터리인 이유는 조속한 대책마련을 약속했던 소방방재청이 모든?후속조치를 해당업체에 일임한 탓이었다. 불량자동차 리콜처럼 불량소화기도 제조업체가?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소화기를 결함 있는 공산품 취급하는 방재청. 리콜에 투입할 예산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소화기 리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배송비. 약품 교체는 소화기당  천원도 안 들지만 배송비는 지역에 따라 만원 가까이 필요하다. 불량소화기 후속보도 차 만난 고시원과 초등학교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무작정 리콜을 미루는 청운소방과 방재청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불량소화기 보도로 난 기자협회에서 주는 상을 받았지만 제보자는 그동안 밤잠 못자며 괴로운 세월을 보냈다. 당시 보도 때 제보자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화면에서 손을 보여줬는데, 그 손에 난 약간의 상처를 동네 사람들이 알아봤다는 것이었다. '해고당한 직장에 복수했다'는 오해를 받았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었다.?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걸어 제보한 청년은 양심에 따라 제보해 큰 공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SBS 제보자상 금상을 받도록 도와줬다. 얼마 전 만났을 때 동네사람들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며 밝게 웃는 그 청년을 볼 수 있었다.
불량소화기는?한동안 잠잠할 것이다. 하지만 불량소화기 예방을 위한 시스템은 아직 확충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잊을 때가 되면 영세한 소화기 제조업체 사장 중 유혹에 빠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사전검사만 넘어가면 불량소화기는 쉽게 적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혹 화재현장에서 소화기가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들, 사용자의 조작이 미숙했다며 넘어가면 그만이다.  불량소화기보다 더 큰 문제는 불량한 시스템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취재를 다짐한다.